첫번째 제주도 자전거 백패킹

Sep 27, 2017

제주도를 처음 방문했던 것은 3년전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였다. 그때는 캠핑을 해본 적 없었고, 자전거로 일주 해야겠다는 계획도 의지도 전혀었었기에 좋은 호텔을 예약하고 자동차를 렌트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것들을 먹어보았다

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집 현관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내뱉었던 말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

어딜갔다 이제 온거니…”

나의 미숙한 여행이 한마디로 정리되는 혼잣말이었다

결코 호텔, 관광지, 먹거리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여행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그저 나와는 맞지 않는 여행이었고, 앞으로는 내게 맞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을 뿐

이후로 나는 도보여행, 자전거여행, 그리고 캠핑을 즐기게 되면서 일중독자였던 내 삶이 감히 많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있다

내가 생업으로 하고 있는 일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을 오를 때나 타는 듯한 폭염 속에서 열심히 페달을 구르고 있자면 부모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마저 마구 인다

여행을 준비할 때면 기대와 흥분이 있고, 그 가운데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이 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실제 여행 속에서는 감동이 된다. 특히 이러한 감동은 혼자 여행에서만 느끼는 특별한 것이 아닐까 미루어 생각해본다

준비

자전거 백패킹은 처음인데다가 비행기에 자전거를 싣고 가는 것 역시 처음이다보니 다소 걱정스러웠으나,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가장 고민되는 것은 자전거 박스를 보관하는 것이었는데, 수하물 보관소에 6일간 보관하면 비용이 무려 42,000

이내 찾아낸 것이 공항 픽업 및 보관 서비스를 해주는 용두암바이크라는 곳이다. 기간 제한없이 15,000원에 해결하였다

캠핑장에서 만난, 세계여행중인 독일인 아저씨에게 박스는 어떻게 처리했냐고 물으니, 그는 어느 공원 화장실 벽 틈에 접어서 숨겨놓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디 너무 부지런한 재활용품 수거자의 눈에 띄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해외로 갈때 참고할만한 팁이 되겠다

자전거샵에서 박스를 얻어서 내장재를 보완하고, 겉면을 PVC골판지로 감쌌다

수하물의 무게 때문에 저가항공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폭풍전야하 했던가? 추석연휴 직전에는 이동인구가 별로 없어서인지 아시아나항공권 왕복 82,000원에 구매

수하물 무게 걱정도 사라지고 추가 비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롯이 나의 경험

물론 여행 전에제주도 자전거 백패킹으오 검색된 결과들을 대강 체크해보았는데, 맞바람이 거세고 언덕이 많아서제주도 환상 자전거길이 아니라 환장 자전거길이라는.. 혹은 공사구간이 많고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이 많다,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비오면 너무 힘들다는 등..

비는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은 없었으니 언덕과 도로사정, 거센 바람은 다소 걱정스러왔다

하지만 개인차 혹은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는 결론이다

여행 전 일기예보상 비가 예보되었으나 오키나와 별거 아니었구나(개인 적으오 오키나와를 좋아해서 비교의 대상이 됨) 생각을 일주일 내내 했으며, 이렇게 자전거길이 잘 조성된 곳이 전세계 어디 또 있을까 싶었다

부담스러운 언덕에서는 내려서 끌면 될 것이고.. (끌바를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라이더를 정말 이해할 수 없음. 경치 감상하느라 내려서 천천히 가는데, 지나가는 라이더에게 인사을 건네면 자꾸 화이팅하라고 외친다.)

사실상 중문해수욕장 인근의 2~3곳을 제외하면 내려서 끌어야하는 언덕이 거의 없었다. 참고로 나의 체력은 평균이거나 그 이하일 것으로 판단한다

어느 코스가 가장 좋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성산항에서 하도리까지의 코스는 두고두고 못잊을 것 같다

종달고망난돌쉼터

하도리의 어떤 창고

먹거리

마치 계획된 듯이 적절한 곳에 편의점이 뙇뙇. 나는 대부분 편의점에서 해결하거나 직접 만들어 먹었다.  첫날과 마지막날에 왠지 먹어야할 것 같은 것. 고기국수와 흑돼지를 먹었지만, 몸으로 바람을 막아가며 끓여먹었던 라면에 비할바 아니었다

연휴 직전에 숙소는 텅텅 비었을거라 예상하고 예약하지 않았다. 여행 첫날과 마지막날 4일 도미토리를 혼자 마음껏 사용하였다. 숙소 직원에 의하면, 연휴때문이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싹 빠져서라고

원래는 하루걸러 하루만 캠핑을 계획했으나, 다니면서 이상한 고집이 생겨버렸다. 마치 끌바는 하지 않겠다는 고집과 진배없는.. 하지만 도저히 아름다운 해변과 야영장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홋카이도 백패킹을 하면서 그들의 야영장들을 너무나 부러워했는데, 그게 다 경험부족이었을 뿐, 중문해수욕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수욕장들이 훌륭한 야영장을 갖추고 있다

금릉해수욕장야영장

표선해수욕장야영장

김녕해수욕장야영장

마지막으로제일 큰 관광단지에 위치한 중문해수욕장에 당연히 야영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찾아갔은나, 야영장은 아니지만 텐트를 쳐도 된다는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관리가 되지않아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밤을 여기서 보내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만약 거기가 서울이었다면 돈을 내고라도 텐트를 쳤을 것이다만) 일단 길을 다시 떠났다

서귀포로 방향을 잡아 나가려는데 대교 아래에 동화적인 풍경의 공원이 눈에 들어왔고 자세히 살펴보니 정자와 데크가 여러개 조성되어있었다

대교에서 내려다 본 공원

비박

항상 정식 야영장에서만 야영을 해온 것은 아니지만, 아무 정보 없이 혼자 비야영지에서의 야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거의 숲에 가까운데다가 공원에는 거의 인적이 없었으며, 자세히 살펴보기위해 내려갔다가 스르륵 뱀 같은 것이 지나가는.. ㄷㄷㄷ

용기에 뒤따르는 쾌감을 기대하며 텐트를 쳤다.

도저히 사진으로 담기 힘든 비경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고나서 넓직한 데크로 텐트를 옮겨야했다. 텐트를 다 치고나서 잠시 숨돌리며 누웠는데 메쉬타입의 인너텐트 밖에 달팽이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는게 아닌가! 스스로 달팽이. 그 이름도 얼마나 귀여운가 스스로 최면을 걸고 다 털어내고 진액을 닦아내었다

그래서 다시 옮긴 위치. 어차피 이 공원에는 나밖에 없었고, 중문관광단지에서 비박을 계획한 사람을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혼자 있는 밤을 만끽했다. 솔직히 아까 그 뱀이 자꾸 텐트 주위를 휘감는 상상을 해서 소름이 끼치기도 했지만, PCT(미국 트레킹 코스)를 배경으로하는 영화와일드에서 첫 비박지에서 겪은 상상의 공포를 떠올렸다. 그에 비하면 여기는 정말 너무나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이 아닌가

다음날 아침 열심히 달리다가 어느 공중화장실에 들렀는데, 누군가 방금 청소를 마쳤는지 락스 냄새가 이토록 신뢰감을 주었던가?

가방에서 세면도구를 챙겨 집에서 하던 짓을 다 하고 나왔다. 마침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왔다. 세면도구와 수건을 벤치에 늘어놓고 말리면서, 노트북을 꺼내어 급한 일들을 처리했다. 급한 일이 있다는 것도 행볻했다. 물기가 마르는 시간에 잠시 취한 휴식이 너무 달콤했다. 그 시간의 의미를 잊지 않기로 했다

비박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들에게는 아주 일상적인 것일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나의 여행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듯 했다

(이 글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두서없이 써내려간 글이며, 시간부족으로 별다른 마무리/수정 없이 글을 끝내버림. 더 하려 했던 말은, 수영을 배워야겠다, 다음 제주 여행 계획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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